효령
행사 일정

♣꿈에도 비가 내리네

  • 이기문
  • 2019-08-16 14:07:28
  • 조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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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날 동안 하늘은 검은 회색빛이고 관악산에서 백중 우란분재를 지내면서부터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 아침은 언 듯 언 듯 파란 하늘이 보인다.어릴 적 시골에 살적엔 조그만 비에도 양철 지붕위로 떨러지며 천둥소리처럼 들리더니,도시에 살면서 부터는 열어 놓은 창문 사이로 자동차 소리가 빗소리 마냥 들려오고,요즈음은 자동차 소리와 빗소리가 이중창이 되어 꿈속에서도 스트레오처럼 들려온다.

    그래도 관악산 연주암에 세차게 내라는 장 대 같은 빗소리와 바람 불 때마다 솨아솨아 물결치는 뒤 곁의 대나무의 잎사귀나 옥수수 입사귀 위에 후두둑후두둑 떨어져 미끄럼 타던 어린 시절의 기억 같기도 하고,양철 지붕을 두드리던 강약약 중강약약 슬로우록 리듬인 것 같기도 하고,전철역 골목 포장마차에서 쓴 소주 연거푸 들이키며 이런저런 잡생각을 할 때 천막 위에서 비틀거리던 내리 쏟던 빗줄기 같기도 하다.

      비 오는 날은 꿈이 더 많아진다.그걸 눈치 못한 아내는 자다가 한 밤중에 부시시 일어나서 담배 피우지 않아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샐쭉 웃지만 그게 포기와 체념의 결과라는 것을 설명하고 싶지가 않다.세상 상식과는 달리 당사자(當事者)의 흥분과 국외자(局外者)의 방관을 천평칭(天平秤)으로 재면 정확하게 수평을 이룬다는 것을 체험한 이후 알딸딸한 알코올의 유혹과 콱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담배연기의 도움을 조금은 멀리하게 됐지만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사물을 직시한다는 게 얼마나 불안하고 외로운 것인지를 절감하고 있다.

   삼십여 년 전 미적분도 못 풀어보고 정통 종합영어 한 장 넘기고자 하루 종일 사전만 들쳐 거리는 실력으로 대학을 간다고 설쳐대던 그 해 여름,억수 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면서도 공짜 강의를 듣겠다고 학원가를 기웃거리며 꿈을 꾸며 히죽거리던 기억도 이제는 꿈속의 빗줄기로 오락가락 한다.

    저 멀리 아르헨티나로 이민 갔다가 독일로 들어와 독일의 한적한 식당에서 접시를 닦던 친구는,비만 오면 필스 맥주를 꺼내 선심 쓰듯 건네주면서 아내와 자식만 한국에 역 이민시키고 떠돌이 신세가 된 것을 한탄하며어릴 적이 좋았어.어릴 적이 좋았지."신경통처럼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는 것은,인생의 종착역에 다가가는 지금쯤은독일이 좋았지.독일이 좋았어."로 바뀌었을 뿐 마찬가지일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download.gif

   핸드폰의 배터리 눈금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을 때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그 친구의 넋두리에 고개 끄덕이리라.인생의 절반은 앞만 보고 살지만 나머지 절반은 뒤돌아보고 사는 게 사람들의 공통점이니까.

   돌이켜보건대,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비겁해서 꿈만 꾸면 비가 오는 지도 모르겠다.밥이나 떡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대북 핵문제,민노총의 파업,현 정권등 사회적 이슈에 흥분할까. “어떻게 하면 가족들이 마음고생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라는 소박한 개인적 이슈를 까먹은 날일수록 꿈속의 빗소리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하염없이 이어진다.일반인이 보면 도둑놈들의 소굴 같은 사회구조...

    봉급 가지고는 절대 적자인 국회의원이 웬 재산이 그리 많은지,공무원 봉급이야 뻔한 수입인데 건물 하나씩은 소유한 세무 공무원들,장관 청문회 때 밝혀지는 수십억의 재산과 위장 전입,정상적 봉급수입으로는 도저히 이해 못하는 수치라 십 수년간 수학을 공부한 우리네 사람들도 죽었다가 다시 깨어나도 계산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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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배,굿 샷다 그렇고 그런 거 아니겠어?...."그들은 그렇게 솔직하니까. "봉급 가지고만 살려면 누가 정치나 공무원 하겠어."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독립군의 가족이나,전쟁터에 아버지나 자식을 잃은 전몰 유가족,국군묘지에 묻혀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처자식도 먹여 살릴 재산도 못 남기고 조국을 외치다가 죽은 사람들도 아무 말 없는데 내가 그들을 탓해서 무엇하랴.

    비가 오네,낮에도 밤에도 꿈에도 비가 오네.그저 바둥대고 살아가야 할 인생...큰 돈도 명예도 권력도 하나도 없이 그렇게 인생은 흘러간다.한숨이 먹구름으로 떠도는 서울의 하늘 아래서는...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오네.

 

/虛堂의 허당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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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2019.08.27 0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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